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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뉴노멀 저출산 정책, 청년들의 눈높이에서 설계를

이한기 마산대학교 교수(칼럼니스트, 본사 논설위원)

오웅근 기자 | 기사입력 2021/01/18 [20:24]

[칼럼] 뉴노멀 저출산 정책, 청년들의 눈높이에서 설계를

이한기 마산대학교 교수(칼럼니스트, 본사 논설위원)

오웅근 기자 | 입력 : 2021/01/18 [20:24]
이한기 마산대학교 교수(칼럼니스트, 본사 논설위원)
이한기 마산대학교 교수(칼럼니스트, 본사 논설위원)

최근 창원시는 100만 인구 지키기 운동의 일환으로 출산장려금 ‘결혼드림론’을 야심차게 내 놓았다. 그 골자는 1억원을 지원하되, 첫째아이 출산 시에 원금 이자 면제, 둘째출산 출산 시에 원금 30% 삭감, 셋째 아이를 낳으면 1억원을 탕감 해준다는 내용이다.
 
이것은 2032년 전 로마제국에서 시행됐던 결혼 장려법인 '율리오에 로가티오네스'(Julioe rogationes)를 연상케 한다. 로마의 문명과 인간 생활을 추적한 오토 키퍼(Otto Kiefer)는 로마제국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가 BC 18년~AD 9년까지 율리오이 로가티오네스를 시행했다.
 
율리오이 로가티오네스의 내용은 '3명 이상의 자녀를 둔 가정에 여러가지 권리와 특혜를 부여한다.' '명문가와 보통가문 사이의 결혼을 장려한다.' '일정한 법령에 의해 이혼을 통제한다.' 등이 핵심이었다.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이 법을 제정한 것은 그 당시 만연했던 로마 젊은이들의 결혼과 출산 기피 때문이었다.

창원시의 ‘결혼드림론’과 아우구스투스의 ‘율리오이 로가티오네스’가 척 봐도 결혼을 장려하고 다자녀출산을 장려하는 대신 이혼을 가능한 억제하자는 정책이었다.
 
2032년 전 로마와 2021년 대한민국의 상황이 이다지도 일치할 수 있는 일일까 싶어 신기하다. 그런데 지금의 결혼과 출산 기피 현실을 돌아보면 아우구스투스 시대보다 더 심각하면 심각했지 결코 여유롭지 않다.
 
2019년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은 0.92명으로 2001년 이후 20년째 1.3명 이하인 초저출산국이다. 세계에서 출산율 증감이 이렇게 극적인 나라는 없다. 일본만 하더라도 2차 세계대전 직후 4.5명 전후였던 합계출산율이 지난해에 1.44명으로 감소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70년대에 100만명에 달했던 신생아 수가 2020년에는 28만명으로 줄어든다고 하니 가장 빨리 인구폭발에서 인구절벽으로 가는 나라인 셈이다.
 
인구절벽이란 생산가능인구(15∼64세) 비율이 급속도로 줄어드는 현상이다. 인구절벽이 심각한 문제인 까닭은 그것이 가져올 연쇄 작용에 있다. 생산가능인구 감소는 소비 및 투자 위축을 낳고, 이는 제로성장 또는 마이너스성장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저출산이 결국 우리 미래를 벼랑 아래로 내몰 수 있다는 점에서 인구절벽 대책은 정권을 넘어선 국가적 의제일 수밖에 없다. 국가경쟁력을 구성하는 요소는 인구라는 점을 고려할 때 대한민국의 미래는 결코 밝지 않다. 이미 그 파장은 시작됐다.
 
문제는 저출산 정책이 꾸준히 추진돼 왔음에도 별반 효과를 가져 오지 못했다는 점이다.

지난 10년간 100조원에 가까운 정부 예산을 투입했지만 출산율은 제자리에 머무르고 말았다. 그 이유는 정책결정권자인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출산 가능 세대인 에코붐 세대(1980~1990년생)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신세대 에코붐 세대에게 출산은 자유로운 선택이지 당연한 의무가 아니다. 출산장려금과 양육수당을 안겨 준다고 해서 이들이 출산을 결심하지는 않는다.

전문가들은 출산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고용률, 혼인율, 땅값변동률 등의 환경적 변수들이라고 한다. 그 중 고용률이 가장 큰 영향을 준다. 올라가면 출산율도 증가한다는 것이다.
 
청년실업, 비정규직, 구조조정, 집값 문제 등으로 청년의 삶이 불안하고 불행하다고 느끼는 순간, 결혼은 물론 출산은 쉽지 않은 숙제다. 설령 결혼하였다고 하더라도 선뜻 출산을 결심하기는 어렵다.

출산을 결심할 때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은 부부 본인과 아이의 경제적 자립과 행복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요즘 청년세대는 스스로를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하는 ‘삼포세대’라고 말한다. 저출산을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선 먼저 젊은이들이 일자리, 내집마련, 보육이 쉬워져야 출산을 결심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저출산 원인이 복합적이고 구조적인 만큼 그 대응 또한 다각적이며 근본적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인구절벽 해소를 위한 가장 중요한 대책은 자녀출생·양육·교육의 국가책임 구현, 결혼·출산을 꿈꿀 수 있는 차별없는 사회로의 전환, 기본소득 보장 등이 이뤄져야 한다.
 
특히 안정된 청년 일자리 창출, 주거 공공성 강화, 일과 가정의 양립, 성평등 문화 정착, 아동수당 확충과, 무상보육 강화, 배우자 출산휴가 확대 등의 직접적인 대책도 중요하고, 고용·교육·주거·노후의 4대 불안 해소 등과 같은 구조적인 정책도 중요할 것이다.
사유리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자발적 비혼모 출산제도의 공론화, 그리고 좀 더 개방적이고 적극적인 이민정책 또한 검토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정부도 이런 심각성을 모르지는 않는다. 2차 저출산 대책이 시작된 2011년부터는 매년 14~15조원을 쏟아 붓고 있다. 하지만 젊은이들의 이른바 ‘출산파업’은 계속되고 있다.

상황이 이 지경이라면 우리 결혼, 출산, 육아정책에 큰 구멍이 있는 게 분명하다. 정부나 자치단체가 결혼, 출산, 육아 정책을 수립하면서 아이를 낳고 부양할 젊은이들의 목소리에 제대로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점이 아닐까?

과다한 결혼 비용, 고용 불안, 소득불평등, 육아독박과 양육비까지 청년들이 스스로 출산을 꺼리는 요인도 도처에 널려 있다.

역사가 겸 저술가 플루타르코스(46?∼120?)는 ‘결혼으로부터의 도피’에서 "빈곤 계층들은 아이를 낳지 않으려고 했다. 아이들을 못 먹이고 교육을 시키지 못해서 존엄성이라는 전혀 없는 노예와 천민으로 성장하는 것이 두려웠던 것이다“라고 했다.

뉴 노멀 시대, 새해부터라도 젊은이들의 눈높이에서 저출산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길 소망한다. 그러나 기존의 복지제도 강화로만 저출산을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차제에 ‘기본소득제’의 도입을 위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져서 빈곤이 해결된 청년들에게서 결혼도, 출산도 자유의지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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