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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기대수명 100세 시대,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이한기 마산대학교 교수(경상남도 노령사회위원장, 칼럼니스트)

오웅근 기자 | 기사입력 2021/02/27 [20:46]

[칼럼] 기대수명 100세 시대,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이한기 마산대학교 교수(경상남도 노령사회위원장, 칼럼니스트)

오웅근 기자 | 입력 : 2021/02/27 [20:46]
이한기 마산대학교 교수(경상남도 노령사회위원장, 칼럼니스트)
이한기 마산대학교 교수(경상남도 노령사회위원장, 칼럼니스트)

광복 이후 우리나라 사람들의 수명은 빠르게 늘었다. 2019년 발표된 생명표에 의하면 우리나라 남자의 기대수명(출생아가 앞으로 살 것으로 기대되는 연수)은 남자는 80.3세이고, 여자는 86.3세다.

기대여명(특정 연령자가 앞으로 살 것으로 기대되는 연수)의 경우, 60세를 기준으로 볼 때 남자는 23.35세이며, 여자는 28.1세다. 환갑을 맞이한 어르신들이 평균 20년 이상은 더 살 수 있다는 통계다. 이것은 OECD 국가 중 일본 다음이고 스페인과 비슷하다.

문제는 기대수명이 늘어나는 게 반가운 일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기대수명이 길어지는 만큼 병을 안고 사는 기간 또한 증가하고 있다. 2019년 출생아가 장차 주요 사인으로 사망할 확률은 암 21.1%, 심장질환 11.7%, 폐렴 10.2%, 뇌혈관 질한 7.6%의 순서이다.

다시 통계청 자료를 보면, 남성의 유병 기간은 14.6년, 여성은 20.2년이 추계된다. 60세를 기준으로 볼 때 남은 생애의 4분의 3 정도는 이런저런 병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 노화방지 노력은 인간의 생명연장만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고 활동적으로 노년을 보내는 것에 초점이 맞추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UN '세계인구고령화' 보고서에서는 소수의 사람들만 가능하다고 여긴 100세 장수가 보편화된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 시대가 개막될 것이라고 한다. 이와 같은 전망은 복지 제도가 개선되고 의학과 치료기술이 발전하기 때문이다

2000년 초부터 유전자지도가 작성되면서 염색체인 유전자 DNA(3만 여종)에 대한 연구와 함께 노화방지 신약개발이 한창이다. 그리고 건강 장수사회에 대한 토털 헬스 케어산업이 발전하면서 노인들의 점점 삶이 스마트 해진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의 14%인 726만 명이나 된다. 1980년 65세 이상 인구(145만 명)에 비해 다섯 배나 늘었다. 2025년에는 국민 5명 중 1명 이상이 노인인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다. 반면 신생아 수는 갈수록 줄고 있다. 지난해 2만여5명에 그쳤다. 이대로 가면 경제활동인구가 그만큼 줄고 국가의 재정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스티븐 어스태드(S. Austad) 교수는 앞으로 20~30년 안에 인간 수명은 30%정도 연장시킬 약이 개발돼  지금 살아있는 사람 중 한명은 ‘150세 기록’을 세우게 될 것이라고 한다.

수명이 늘어났다고 마냥 좋아라만 할 일만은 아니다. 길어진 삶이 고달프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노인들의 상대 빈곤율(2016년 기준)은 46.7%에 달합니다. 노인 두 명 중 한 명은 가난에 쪼들리고 있는 것이다. OECD 평균 12.1%의 4배가량으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독일의 8.5%에 비하면 형편없는 수준이다.

OECD에 따르면 한국 노인들은 노동시장을 떠나는 연령이 높은 편인데, 남성 72.9세와 여성 73.1세가 돼서야 비로소 일손은 놓는다고 한다. 가장 빨리 일에서 해방되는 프랑스(각각 60,5세와 60.6세)는 물론 OECD 평균(각각 65.3세와 63.6세)보다 무려 10년 가까이 더 일을 하는 셈이다. 생계를 위해 늦은 나이까지 일하고 있지만 빈곤에 허덕이는 것이다.

일부 노인들은 가족의 학대에 시달리고 사회에서도 홀대를 넘어 혐오의 대상이 되기 쉽다. 치매, 중풍, 당뇨, 폐렴 등 만성질환으로 인한 고통도 심각하다. 노인들이 빈곤과 학대, 질병 등으로 우울한 삶을 이어가야 하는, 준비 안 된 ‘100세 시대’의 우울한 그늘이다.

준비 안 된 노인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도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젊은이들은 노인더러 ‘심술쟁이’ ‘독선과 아집의 꼰대’ 등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특히나 미래의 노인 부양에 부담을 느끼는 젊은 세대들의 ‘노인 혐오(노혐, 老嫌)’ 현상도 걱정스러운 일이다. 국가인권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층의 80%가 노인에 대해 부정적인 편견을 갖고 있다고 답하였다고 한다.

노화가 진행되면서 여러 질환에 시달리는 노인들이 늘어나는 것도 가벼이 볼 수 없다. 2019년 현재 우리나라 치매인구는 65세 이상 인구의 약 10%인데, 2050년에는 약 16%정도가 치매환자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자살률(인구 10만명 당)은 58.6명으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보건사회연구원은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있는 노인 가운데 가장 많은 27.7%가 생활비 문제를, 다음이 건강 문제(27.6%)였다고 한다. 가난과 질병 등이 노인들의 가장 중요한 고민인 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현재의 노인들 뿐 아니라 앞으로 노인이 될 중장년층에게도 많은 것을 시사한다. 우리 모두 누구나 노인이 된다. 자신의 미래가 이렇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오래 사는 게 되레 고통으로 느껴질 것이다.

오래 사는 것이 재앙이 아니라 축복이 되도록 하려면 이 같은 그늘을 걷어내야 한다. 그렇다고 미래는 열려 있기 때문에 두려워만 할 필요는 없다. 1차 대비는 당사자 개인과 가족들의 몫일 것이다. 하지만 세대간, 계층간 갈등까지 얽혀있다는 점에서 개인과 가족 단위를 넘어 정부와 사회 구성원 모두가 적극 나서야 한다.

먼저 국가는 고령사회의 도래에 대처하는 노후복지를 강화하는 동시에 100세 시대를 예비하는 고용 및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늦기 전에 노인 복지예산 확대, 정년 연장 및 노인 친화형 일자리 마련, 연공서열제 폐지, 노인과 청년의 상생 구조 구축 등 건강하고 안락한 ‘100세 시대’를 맞기 위한 로드맵을 서둘러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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