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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근로계약서의 유리한 내용, 불이익 변경된 취업규칙보다 우선한다고 또다시 판결

정일응 기자 | 기사입력 2020/04/13 [23:54]

대법원, 근로계약서의 유리한 내용, 불이익 변경된 취업규칙보다 우선한다고 또다시 판결

정일응 기자 | 입력 : 2020/04/13 [23:54]

사용자가 근로기준법 제94조에 정한 절차에 따라 취업규칙을 불이익 변경하였다고 하더라도, 근로계약서의 유리한 내용이 불이익 변경된 취업규칙보다 우선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또다시 나왔다.

지난 4월 9일 대법원은 대우조선해양 사내하청업체 금강산업과 고강산업의 노동자가 제기한 상여금 청구소송에서 회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근로계약서 내용대로 상여금을 지급하라고 한 판결을 확정했다.

소송의 대상이 된 금강산업, 고강산업 등 대우조선해양 사내하청업체들은 연간 550%의 상여금을 노동자들에게 지급해왔다. 그러다 2016년 이후 조선업 불황과 구조조정이 진행되자 취업규칙을 변경해서 상여금 150%를 없앴다. 또한 2018년 최저임금이 1천원 이상 인상되자 2017년 하반기에 취업규칙 변경을 통해 상여금 400%를 없애고 기본급을 인상해서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무력화했다. 그래서 현재 대우조선해양 정규직은 연간 800%의 상여금을 받고 있지만 하청노동자는 상여금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동의하지 않았던 금강산업, 고강산업 노동자 각 1명이 근로계약서에 상여금 550% 지급이 명시되어 있는 것을 근거로 상여금 계속 지급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사용자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이후 노동자들과 상여금 550%를 삭제하는 새로운 근로계약서를 작성했지만, 소송을 제기한 노동자들은 새로운 근로계약서 작성을 거부하고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의 쟁점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취업규칙을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였을 때, 변경된 취업규칙이 우선 적용되는가 아니면 근로계약서의 유리한 내용이 우선 적용되는가 하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2019년 1월 30일, 1심 법원인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은 “어떠한 근로조건에 관해 취업규칙과 근로계약이 각기 다르게 정하고 있다면, 취업규칙이 근로자에게 보다 유리하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근로계약이 우선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소송의 쟁점과 관련해서도 “근로계약을 체결한 이후에 취업규칙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되었다고 하더라도 해당 근로자가 그 취업규칙 변경에 동의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근로자의 기존 근로계약이 취업규칙이 정한 대로 당연히 변경된다거나 그 취업규칙 중 근로계약과 상충되는 부분이 기존의 유리한 근로계약에 우선하여 적용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같은 1심 판결에 대해 사용자가 항소하였으나 2019년 11월 21일 2심 법원인 창원지방법원은 항소를 기각했다. 이에 사용자가 다시 상고하였으나 2020년 4월 9일 대법원 역시 상고를 기각하고 판결을 확정했다.

한편, 근로계약서의 유리한 조항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변경된 취업규칙보다 우선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을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처럼, 이번 대법원 판결은 근로계약서의 유리한 내용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 불이익 변경된 취업규칙의 내용보다 우선한다는 기존의 대법원 판결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다. 또한, 이 사건의 상여금 조항처럼 근로계약서와 취업규칙에 같은 내용이 규정되어 있는 경우에 취업규칙을 적법한 절차를 거쳐 불리하게 변경하였더라도, 개별 노동자가 그것에 동의하지 않았다면 근로계약서에 남아 있는 유리한 내용이 여전히 우선하여 유효함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판결이다.

그러나 이번 판결로, 상여금 550%를 빼앗긴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에게 상여금이 회복되는 등 실질적인 구제 효과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청노동자 대부분이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이후 회사의 강요에 의해 상여금 조상을 삭제하는 근로계약서를 갱신 체결했기 때문이다.

다만, 잇따른 대법원 판결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이 회사의 강요에 좌지우지되기 쉬운 현실에서, 개별 노동자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맞서 자신의 권리를 지킬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기에, 앞으로는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사 판례 1>

― 대법원은 2017년 8월 30일 선고한 2017다261387 판결에서도 심리의 불속행으로 상고를 기각하고 판결을 확정했다.

― 울산지방법원은 해당 사건의 1심(2016가합23102)에서 “근로계약을 체결한 이후 시점에 취업규칙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되었다고 하여 유리한 근로계약에 우선하여 불리하게 변경된 취업규칙이 적용된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하였다. ― 또한, 부산고등법원 역시 해당 사건의 2심(2017나52715)에서 “취업규칙은 근로자의 근로조건과 복무규율에 관한 기준을 집단적·통일적으로 설정하기 위하여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작성한 것인데 반해, 근로계약은 사용자와 근로자의 합의에 기초한 것이므로, 어떠한 근로조건에 관해 취업규칙과 근로계약이 각기 다르게 정하고 있다면, 취업규칙이 근로자에게 보다 유리하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근로계약이 우선 적용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유사 판례 2>

― 2019년 11월 14일 선고한 판결(2018다200709)에서 대법원은 이와 관련한 법리를 더욱 자세히 밝히고 있다.

― 대법원은 우선 “입법 취지를 고려하여... 근로기준법 제97조를 반대 해석하면,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보다 유리한 근로조건을 정한 개별 근로계약 부분은 유효하고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우선하여 적용된다”고 판단했다.

― 또한 대법원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절차를 규정하고 있는 “근로기준법 제94조가 정하는 집단적 동의는 취업규칙의 유효한 변경을 위한 요건에 불과하므로, 취업규칙이 집단적 동의를 받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된 경우에도 근로기준법 제4조가 정하는 근로조건 자유결정의 원칙은 여전히 지켜져야 한다. 따라서 근로자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변경된 취업규칙은 집단적 동의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보다 유리한 근로조건을 정한 기존의 개별 근로계약 부분에 우선하는 효력을 갖는다고 할 수 없다. 이 경우에도 근로계약의 내용은 유효하게 존속하고, 변경된 취업규칙의 기준에 의하여 유리한 근로계약의 내용을 변경할 수 없으며, 근로자의 개별적 동의가 없는 한 취업규칙보다 유리한 근로계약의 내용이 우선하여 적용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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